| 156. 불교의 전통음악 -범패에 대하여
불교에는 범패라는 독특한 음악이 있습니다. 범종의 은은한 여운처럼 그윽하게 들려오는 범패소리는 속세의 풍진을 씻어 신비감 마저 느끼게 해줍니다.
범패란 범음이라고도 하며 범이란 성스럽다는 뜻의 인동말로서 말뜻 그대로 성스러운 소리,즉 부처의 공덕을 찬탄하는 소리입니다. 범패는 의식을 통해 마음을 청정히 하고 환희하는 마음을 내게 하는 동시에 보다 장엄스러운 의식이 되게 합니다.
범패는 고대 인도에서 발달한 오명학의 성명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으나 분명한 문헌이나 자료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범패가 전해진 것은 신라시대였습니다. 전감국사가 당나라에 갔다 돌아와 옥천사(지금의 쌍계사)에서 제자들에게 범패를 가르쳤다는 비문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일신라시대 이전에도 불교의식때 범패를 불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실제로는 그 이전에 이미 범패가 전해졌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그 후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통틀어 겨우 전남 가지산의 보림사에 잇는 범음종보판본을 통해 조선조의 범음계보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이 범음계보에 의하면 조선시대에는 범패가 꽤 널리 퍼졌었으나 한일합방 뒤 이른바 한국불교를 억압하려는 일본인들의 사찰령(1911년)과 그 이듬해 제정된 본말사법에 따라 범패가 금지되자 일본인들의 눈을 피해 어렵게 전수되다가 해방과 더불어 부활되었으나, 워낙 오랜 세월동안 단절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은 겨우 몇몇 노스님에 의해 그 명맥을 유지할 뿐입니다. 그러나 최근 불교의식으로서의 의의보다도 전통음악으로서 인식되기 시작하자 그 전수생들이 차츰 늘고 있습니다.
서양의 음악이 본래 종교음악에서 비롯되었듯이 범패도 불교로 말미암아 비롯되었으며 현대음악에 매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불교의식은 극적인 요소가 풍부하며 이 극적인 효과를 내는 데는 범패가 필수적인 것이었습니다. 즉 범패의 소리는 홑소리와 큰소리를 내는 짓소리 그리고 쓸어 젓수는 소리로 나눌 수 있으며 그 내용은 주로 게송과 진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범패는 자연히 우리나라의 민속음악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그 가장 두드러진 예가 범패처럼 길게 뽑고 굴곡이 많은 우리나라의 가곡입니다.
가곡이란 시조시에 곡을 붙여 부르는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이며 고려말부터 선비계층의 풍류객들이 부르던 소리입니다. 또 남도민요인 보렴은 그 곡은 닮지 않았으나 가사가 매우 불교적이어서 불교의 의식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보렴은 보시 염불의 준말이며 내용은 불교의 축원과 거의 같습니다.
이로써 일반대중들은 범패가 있는 불교의식과 매우 접촉이 많았었음을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범패가 오늘날 별로 성하지 못하는 것은 첫째 불교의 종주격인 조계종에서는 불교의식때 범패를 부르지 않는다는 점과 범패를 배우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점입니다. 또 앞서도 말했듯이 범패의 내용이 한문 게송이어서 그 뜻을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모든 분야에서 이제 우리의 것을 찾아야 한다는 자각과 더불어 온고이지신하려는 풍조가 일고 있는 이때 불교계에서도 이 범패에 대한 보다 학문적인 연구를 통해 참다운 현대적 불교음악을 창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근래 청소년을 중심으로 서양식 음악의 찬불가가 많이 불리어지고 있음도 매우 바람직하나 이와 동시에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접목작업이 꼭 이루어져야겠습니다.
출처: 불교100문10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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